매슬로의 <인간의 욕구 단계이론>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할 필요성의 순서대로 단계적으로 나타나며,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서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나타난다는 이론. 100% 맞는 얘기라고는 할 수 없고, 이 이론의 한계와 오류를 지적하는 연구도 많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행동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 편인데, 나는 이게 아이돌팬의 입덕과정과 행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전공자도 아니고 깊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진지한척 해서 노잼인ㅋㅋ 언제나처럼 그냥 뻘글입니더...)

(몬스타엑스 셔누. 이렇게 남돌이 대놓고 성적매력 어필하는 의상, 근래에 보기 힘들었다.)

1.생리 욕구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써 가장 기본인 의복, 음식, 가택을 향한 욕구에서 성욕까지를 포함한다.

: 아이돌을 좋아하는 행위의 근본적 이유는 성욕이다. 일반적으로 남돌은 여덕이 많고 여돌은 남덕이 많다. 입덕의 계기가 외모든, 노래든, 아니면 무엇이든… 결국엔 성적 끌림이다. (물론 여돌여덕 남돌여덕도 있지만, 일반적인 얘기.)한국사회는 온갖 매체가 나서서 젊고 아름다운 아이돌의 성적 매력을 찬양하고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동시에 공공연히 개인의 성욕을 추구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굉장히 모순적인 사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은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팬들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고 팬들은 그 매력을 소비하면서도 아이돌에 대한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부정하곤 한다. 특히 '여성이 젊고 잘생긴 남성을 선택하여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룸살롱 가는 남자는 업무살 어쩔 수 없지~ 호빠 가는 여자는 XX~ 여자들 중에도 이런 생각 갖고있는 사람들 아직 많음.)

 ‘아니, 나의 최애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성욕이라뇻! 저는 유사연애도 안 먹는다구욧!’ 이라고 발끈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인간의 삼대 욕구에 들어가는 성욕인데 말이죠. 이걸 또 길게 설명하기엔 글이 너무 삼천포로 빠지므로… 누나/(삼촌)이야 해치지 않아~”.”가슴으로 낳고 통장으로 키운 내 새끼.” 등의 워딩이 아이돌에 대한 성애적 욕망을 감추고 순화하여 본인(팬)이 안전무해한 존재임을 알리며, 소비자로서 경제적 능력만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만 남기겠습니다.

(구,제국의 아이들 광희. 광희 재평가 웃기긴한데 내가 보고 겪은 광희는 참 좋은 사람.)

2.안전 욕구

생리 욕구가 충족되고서 나타나는 욕구로서 위험, 위협, 박탈(剝奪)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 일단 아이돌의 성적 매력에 의해 본능적 끌림을 느낀 팬은, 본격적인 입덕에 앞서 이 오빠가 정말 안전한 ‘오빠’ 인지 확인 하고 싶어 한다. 과거 행적에는 문제가 없는지 도덕적,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논란은 없는지, 혹시 연애 중인 것은 아닌지. 빠순이가 팬질을 하면서 느끼는 위험, 위협, 박탈에는 다양한 것이 있는데 소소하게는(?) 오빠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 나의 환상이 깨져버리는 것 등이 있고 그중 가장 큰 것은오빠가 사라지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연예계를 아예 은퇴해서 (혹은 잡혀가서ㅋㅋㅋ) 내 눈앞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제일 두려움. 이러한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서 잘생기고 매력 있지만 좀 쎄하고 위험한 오빠를 거르고(가 쉽게 안 되지만…) 인성 괜찮고 과거/사생활도 깔끔한 오빠를 좋아하려고 한다.

여기서 오빠가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빠순이는 탈덕을 한다. (오빠의 행동에서 쎄함을 느끼고 팬심의 붕괴위험을 감지하여 즉시 탈출.) 그러나, 인간의 자연스러운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오빠를 당장에 손절하지 못하고 계속 빨고 앉아있으려고 하다보면? 당연히 본인의 마음이 괴로워진다. 내 마음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서 불안과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더 높은 단계를 욕망할 수 없고,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밑바닥에 남아있으면서 영원히 만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빠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열애설 등으로 팬을 불안하게 할 때, 이를 비난하거나 탈덕하는 팬들은 때때로 다른 팬으로부터 '진정한 팬이 아니다.' '팬이라면 오빠를 믿고 지지해야 한다.' 등 공격을 받기도 한다. 위험을 감지하고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인 행동인데, 팬들은 오빠를 배신한 것, 오빠를 믿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위험한 오빠' 임을 미리 인지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시청광장에서 열린 아미피디아 행사. 오빠 없는 오빠덕질이 가능한 <아미>들.)

3.애정·소속 욕구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 우리는 자기 주변의 사회구성원들과 동일한 사상, 윤리 등을 공유하며 연대감을 느끼고 공동체를 구성하며 그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 받고 싶어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인 것이다.

빠순이가 소속감을 느끼고 같순이(=같은 오빠를 사랑하는 빠순이)동지들과 연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도 똑같다. ‘팬덤’ 이라는 이름의 집단 안에서 '오빠' 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그 애정의 가치를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팬덤 공동체는 철저하게 집단주의적, 폐쇄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팬덤 내의 자체윤리를 통해 불순분자(잡덕, 까빠 등)를 처단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타 집단과 충돌하는 일도 피하지 않는다. (팬덤 상징색 싸움뿐만 아니라 요새는 상징 이모티콘, 상징 동물 등... 지켜야하고 다투어야 할 거리가 너무 많다.)

‘빠순이’가 사회적으로 멸시당하는 존재라는 인식과 빠순이 본인의 정체성이 불안하다는 사실(내가 사랑하는 아이돌의 존재 자체가 허상/환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팬덤 집단의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하고 폐쇄적으로 만든다. 팬덤 내 구성원끼리 똘똘 뭉쳐서 그 안에서 오빠를 끊임없이 사랑해야만 내가 가진 오빠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고 유지되며, 나의 감정 또한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으면서 빠순이는 비로소 안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데뷔 10주년기념 해외 저소득층 아동 물품 지원)

4.존경·존중 욕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기초가 되는 욕구이다. 자아존중과 자신감, 성취, 존중 등에 관한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 소속의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 되면 이제 빠순이는 팬덤 공동체 내에서, 혹은 밖에서 단순한 구성원 그 이상이 되길 원한다. 팬덤 내에서 일명 존잘님’(팬픽, 팬아트 등)들은 같순이 동지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존재이다. 꼭 창작품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하는 건아니고 공연을 자주 가거나(올콘, X회차 관극 등) 시디를 많이 사는 것을 인증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훌륭한 팬/ 진정성 있는 팬’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팬덤 밖에서는 타 팬덤들과의 우열을 가리며우리 오빠의 우수함을 대외적으로 알리려 하고, ‘모범적인 팬덤의 이미지를 선전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밤새 스밍을 돌리고 시디를 n백장씩 사며 내 아이돌을 1위 가수로 만들고자 하는 행동이나 팬들이 아이돌의 생일을 기념하며 모금 활동을 통해 기부하는 행동들도 이러한 욕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빠가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존경 받는 게 곧 팬들의 욕구충족이 되기 때문이다. 팬질은 깊게 할수록 빠순이는 아이돌에 자기 동일시/ 자아 의탁 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단계에서 욕구는 빠순이 본인이 존중/존경 받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오빠’가 존중/존경 받는 데에 대한 욕구에 가까워진다. 

(UN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 자아실현이 쉽나요, BTS에 자아의탁하면서 만족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5.자아실현 욕구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성장 욕구라고 하기도 한다.

: 뭐 ㅋㅋㅋ 빠순이 개인이 이 단계까지는 오기 힘들지 않을까. 빠순질하면서 얻은 스킬로 더 큰 발전을 도모하고 성공하고자 하면 자아실현 욕구인가?ㅋㅋㅋ 아이돌로 호모 팬픽 쓰다가 진짜 BL판 가서 돈 버는 글 쓰는 프로작가 되는 사람도 있고, 아이돌 찍덕 하다가 사진 쪽으로 밥벌이하게 된다거나

그런데 사실, 이미 전 단계의 욕구에서 ‘빠순이의 욕구충족= 오빠의 욕구충족’ 공식이 성립되었음. 당연히 자아실현의 욕구도 빠순이 본인의 자아실현 보다는 오빠의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빠의 행복은 곧 빠순이의 행복에 직결되는 것임. 팬들은 ‘오빠가 하고 싶은 걸 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말에는 그야말로 '오빠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순정'도 담겨있지만, 그 이면에는 '나의 최애가 아이돌에서 그치지 않고 뮤지션, 연기자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본인의 능력을 펼치며 더 성장하길 바라며 아이돌 덕후들뿐만 아니라 머글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영향력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 초월의 욕구>를 다음 단계에 추가하기도 했는데, 이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한 후에 나타나는 욕구로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한다.

이 단계의 욕구까지 충족시켜주는 아이돌이 방탄소년단이라는 것은 다들 아시겠죠. UN 연설, 문화훈장 수여, 선한 영향력 발언, 아미피디아 행사 등근래의 행보에 대해 의아해하는 팬들도 많다. (너무 멀리 간 오빠들에 현타 오는 아미들) 하지만 그들의 발언의 진정성이나 빅히트의 기획력에 대한 평가는 둘째 치더라도, BTS가 너무나 착실히 단계를 밟아가며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문제는 빠순이가 이렇게 보편적 이론까지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단계를 밟고 있는데도 스스로를 자체 검열하는 상황, 타인으로부터 비난 받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라이트 얼빠, 유사연애 망상러, 몸매타령만 하는 성희롱충 등으로 팬심을 비하당하거나(생리욕구) 과거가 뭐가 중요하냐, 사생활은 사생활이지, 진정한 팬이라면 연애를 응원해야 한다 등의 강요를 받는 것(안전욕구). 같은 공연을 몇 번이나 보고 같은 시디를 몇 박스나 산 진성 빠순이임을 들키기 싫어서 일코를 하기도 하고, 같은 팬인데도 공개적으로 빠순이임을 공표하는 이들을 보며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소속욕구, 존경/존중 욕구) 오빠가 잘난거지 니가 잘났냐?(자아실현 욕구)라는 말이 빠순이들 사이에서도 종종 오가기도 하는데 ㅋㅋㅋ 최근엔 페미니즘을 표방하며 '한남돌 빨아주며 그들에게 권력 부여하는 흉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 아, 우리끼린 좀 그러지 맙시다. 병크치는 아이돌 새끼들을 욕하고, 기획력 똥망에 일 못하는 소속사를 욕하면 욕했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 나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해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에 이르기 까지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한 명분을 찾는다. 끊임 없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핑계를 댄다. 이렇게 본인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고 주변 눈치를 보고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 욕망이 진실한 것 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욕구가 정말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돌 팬들이 욕망을 추구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다내 욕망에 충실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팬질을 했으면 좋겠다. 

라이트얼빠를 배척할 권리, 유사연애충을 저격할 권리, 아미피디아에 참여한 아미를 욕할 권리, 성적충 국뽕충을 조롱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빠순이의 욕구를 해방하라!

1.


팬들은 본인들 스스로를 자조하는 표현으로빠순DNA가 탑재되어 있다.” 라는 표현을 쓴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덕질을 아예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덕질을 한 번만 해 본 사람 은 없다.” 는 말도 아이돌 팬덤에서 오랫동안 정설처럼 돌고 있는 말 들이다. 한 번도 누군가의 팬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라는 개념의 근본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오글거리는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가장 간단하게 팬심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사랑말고 또 있을까.

 

 90년대~2000년대를 지나오면서 아이돌팬의 명칭은빠순이/빠수니에서돌덕(아이돌+덕후)’ 으로 변화했다. (오타쿠->오덕후->덕후->) '빠순이/빠수니' 라는 단어에는 멸칭적 뉘앙스가 담겨있었고,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아이돌 팬의 이미지도연예인에 미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오빠들이나 쫓아다니는 철 없는 10대 여학생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최근에는 케이팝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우수한(?) 문화 컨텐츠로서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이고, 아이돌 팬질이 10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즐기는 건전한(?) 취미로서 알려지기도 하면서 (이모팬/삼촌팬 등) 약간의 인식 변화는 있다. 아이돌팬덤은오빠들이 뭘 해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빠순이가 아닌, 조금 더능동적, 비판적으로 아이돌을 소비하고 컨텐츠를 즐기는 덕후로서 진화해온 것이다.





(1세대 팬덤, 개살벌... 지금은 ㅇㅇ부인, ㅇㅇ내꺼 도 허용되지 않는 세상이라니 너무 슬프다 ㅋㅋㅋ)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 아이돌을 좋아하고팬질을 하는돌덕들에 대한 주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사실 대중들은 아이돌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이돌에 관심이 없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새는 아이돌 소비층이 점점 더 한정되어 가는 느낌이다케이팝은 전세계에 수출되었고 케이팝 아이돌의 음악이 빌보드차트에도 오르는 시대인데 말이다. 10년 전만 해도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어른들이나 TV를 잘 안 보는 사람들도 요즘 인기있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대충 알고 있었다. (빅뱅, 소녀시대 등) 지금도 한국의 문화 컨텐츠나 오락시설이 많이 부족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방송매체와 연예인에 집중되어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예전엔 당연히 더했으니까. 지금 아이돌 시장의 파이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한국사람들의 관심사가 많이 분산되어 있고 어렸을 때 향유할 수 있는 컨텐츠와 여가생활이 다양화 되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유튜브 등 개인방송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함.)

 

아이돌 가수의 팬만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 영화배우, 드라마 배우, 일반 가수, 뮤지컬 배우, 운동선수 등의 팬들도 존재한다. 재밌는 건 각 분야의 팬들이 또 그 안에서 계급을 나누고 서로 배척을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 아이돌 팬들이 빠순계의 가장하층계급, 즉 불가촉천민이라는 말이 나왔던 게 거의 10년 전 일인데,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작 한국의 문화 컨텐츠 중 월드와이드로 제일 잘 나가는 게 케이팝, 그 중에서도 아이돌들의 음악인데 말이다.



(구 동방신기 소송 시절의 유물. 한국 빠순이 역시 제일 재밌지 않냐, 풍자와 해학의 민족.)


왜 아이돌 팬은 같은 빠수니들 사이에서도 무시를 받을까? 그건 아이돌 산업이 음악이나 영상 등의 창작 컨텐츠를 메인으로 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 그룹, 혹은 개인을 가장 큰 재화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우팬이나 가수팬들도 그들을 작품이나 실력으로만 좋아하는 게 아니면서 말입니다.) 물론 아이돌의 음악과 춤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잘 만든 노래와 무대 하나가 수많은 팬들을 입덕시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팬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는 요소가 음악만인 것은 아니며, 아이돌의 음악과 무대는 그들 스스로의 창작물이 아닌 연예기획사와 전문가들에 의한 철저한 기획상품인 경우가 많다. 아이돌을 하급문화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는 ‘잘난 얼굴만 믿고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공장에서 찍어낸 인형 같은 아이들’ 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러므로, ‘예술적인 가치는 없이 오직 상업적 목적으로 만든 기획상품인 하급문화를 소비하는 아이돌팬 또한 하급 팬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체 프로듀싱을 내세우는 아이돌이 늘어났고, 잘난 얼굴이 아닌....ㅋㅋㅋ 아이돌이 많긴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TV보는 것을 좋아하고 가요를 즐겨 듣는 어린이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TV속에서 가요를 부르는 아이돌 가수 오빠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누군가의 팬이 되었으며, 팬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일명 팬질. 음악 듣기, 공연 가기, 홈페이지/SNS계정 운영하기 등)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 케이팝 아이돌과 글쓰기 – 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블로그의 제목을 <케이팝이 여자를 망친다> 라고 붙인 이유는 내 스스로가 한국의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여성팬으로서 느껴온 아이돌과 그 팬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케이팝(남자아이돌)이 여자(팬들)(가끔씩 조금)망친다> 라는 얘기다. (ㅋㅋㅋ)


엄청나게 객관적인 척하면서 모든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정확한 정의를 아무도 모른 채, 어느 순간 쓰이고 있는 단어인 메타덕질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meta- 접두사로서 about~의 의미. 덕질을 덕질한다. 3자의 시선으로 객관적, 비평적인 덕질을 한다는 뜻? 까빠를 정당화하여 칭하는 단어에 가까운 듯.)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과 그 표현에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형태가 있다. 팬들은 이제 유사연애, 유사육아, 인생응원 등… ‘팬심의 종류를 카테고리화 하여 나누고, ‘진성팬’ ‘라이트/간잽러’ ‘순덕팬심의 레벨을 나누어 평가하기도 한다. 사랑에 다양한 형태와 표현 방법이 있듯이 팬들에게도 저마다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김현중 갤의 오빠네 부대 조공. 에어컨 8대, 46인치 LED TV 7대, 세탁기 2대, 휴대용 앰프/스피커/오디오 등 방송장비, 컴퓨터 10대, 디지털 카메라 4대, 단체 티셔츠 200벌, 섬유유연제, 걸그룹과 솔로 여가수 포스터 등)


그런데 아이돌 오빠(ㅋㅋㅋ)에 대한 사랑이 왜 여자를 망칠까? 물론 흔히 생각하는 의미의 인생 망친다는 뜻은 아니고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흔히 듣던 공부는 안하고 허구헌날 연예인이나 보고 있으니 나중에 뭐 되려고 그러니?’ 그런 건 더더욱 아니다. 나는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팬들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나 불안, 그리고 나아가서는 아이돌의 팬인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 팬들이 흔히 쓰는 표현으로는 정병온다또는 현타온다등이 있다

(*정병온다=정신병 걸릴 것 같다. *현타온다=현자타임 온다, 賢者time, 현실자각 타임,현실에 타격 등)  


 스스로도 아이돌팬, 빠순이임을 공표하면서, 왜 나는 아이돌과 아이돌팬의 마이너스 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가?


 


(응답하라 1997, 다들 재밌게 보셨죠?)


첫째, 단순히 아이돌과 팬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이돌팬들이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이나 연예커뮤니티(더쿠, 인스티즈 등) 등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다양한 팬들의 다양한 아이돌 이야기와 팬질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이 꾸며진 이야기가 재밌고, 친구의 파란만장한 연애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이돌에 대한 팬의 사랑 얘기라니, 나 같은 아이돌 덕후에게는 그 얘기들이 공감이 되지 않을 수가 없고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그런 재밌는 얘기들을 금방 묻혀버리고 흘러가는 글들로 놔두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재밌게 느낀 주제들에 대해 정리해서 남겨두고 싶었다.

글솜씨가 많이 부족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에 조금이라도 웃음포인트를 넣어가며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래 진지한 분위기를 잘 못 참는 병에 걸린(ㅋㅋㅋ)탓도 있고, 내 글을 읽은 분들에게 재밌었다는 감상을 더 많이 받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돌과 아이돌 팬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고 유쾌한 것으로 즐겼으면 좋겠다. 가끔 제 글에 대한 감상이나 다른 관점의 생각을 댓글로 써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아이돌과 아이돌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솔직히 뭘 알지도 못하는 아재들이 그저 마케팅 분석해서 책 써내는거 우습다. 니들이 뭘 알아.)


둘째, 아이돌과 아이돌팬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주변에 아이돌 빠순이는 연구대상이며, 언젠가 빠순이를 연구해서 논문이나 책을 쓰고 싶다,’ 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ㅋㅋㅋ) 아이돌 산업 전반과 팬덤의 집단심리에 대한 연구논문이나 도서, 언론매체의 취재기사 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팬덤 외부의 시선으로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며, 그 주제 자체를 위한 고찰보다는 아이돌 산업의 상업적 구조, 한류에 대한 분석, 혹은 청소년 행동심리나 사회병폐(ㅋㅋㅋ)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젠더학 적인 접근이나 소셜미디어와의 관련을 논하는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중에게 주목받는 테마는 <세계인이 열광하는 K-pop/BTS의 성공신화/프로듀스101과 한국사회> 이런 것들뿐이다. (참고로 석사학위논문 중에는 방탄소년단, 워너원 얘기하는 거 많음. 이런 거 쓴 거 빠수니들 이라고 본다 나는.ㅋㅋㅋ 덕질과 학업의 일치.)

나는 학자도 아니고 연구자도 아니고, 심리학 전공자나 마케팅 전공자도 아니다. 그저 수많은 한국 아이돌팬의 한 명으로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고싶다. 아이돌을 남자가 게이같이 화장 진하게 하고 여자애들한테 아양이나 떠는 애들이라고 생각하며, 아이돌팬을 잘생긴 남자에 미쳐서 유치한 행동을 일삼는 철없는 빠수니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  


셋째,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고통받고 상처를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나 따위의 인간이 팬덤문화를 정화하고 아이돌팬들을 계몽할 수 있다, 라는 망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나이 먹도록 여태껏 아이돌이나 좋아하는, 연식 좀 되는 빠순이로서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때때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에 대해 불안해하고 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이런 감정이 정상적인 것인지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는 팬들에게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런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야.’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돌을 좋아하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팬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돌 팬질을 일상의 활력이 되는 것으로, 내 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만 느끼는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형태의 팬질을 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팬이 있다면, 그만둘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다.




(신화 김동완, 아이돌팬들의 뼈를 때린 명언. 오빠가 그렇대요.)


딱히 정보가 될 만한 글을 올리는 블로그도 아니고, 처음 보는 새로운 내용도 아닌 뻔한 얘기들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블로그다. 글재주도 없고 뛰어난 분석력 통찰력 이런 것도 없지다. 내 생각을 정리해서 긴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큰 노력을 요하는 일이더라. 누군가가 보기엔 불편한 내용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진정성이나객관성신뢰할 만한 내용… 이런 걸 찾으신다면 잘 못 찾아오셨습니다.)


나는 그냥 앞으로도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주제로 내가 즐거운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아이돌을 파고, 내가 즐거운 팬질만 골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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