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의 <인간의 욕구 단계이론>  인간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할 필요성의 순서대로 단계적으로 나타나며,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서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나타난다는 이론. 100% 맞는 얘기라고는 할 수 없고, 이 이론의 한계와 오류를 지적하는 연구도 많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의 행동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는 편인데, 나는 이게 아이돌팬의 입덕과정과 행동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전공자도 아니고 깊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걍 진지한척 해서 노잼인ㅋㅋ 언제나처럼 그냥 뻘글입니더...)

(몬스타엑스 셔누. 이렇게 남돌이 대놓고 성적매력 어필하는 의상, 근래에 보기 힘들었다.)

1.생리 욕구

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써 가장 기본인 의복, 음식, 가택을 향한 욕구에서 성욕까지를 포함한다.

: 아이돌을 좋아하는 행위의 근본적 이유는 성욕이다. 일반적으로 남돌은 여덕이 많고 여돌은 남덕이 많다. 입덕의 계기가 외모든, 노래든, 아니면 무엇이든… 결국엔 성적 끌림이다. (물론 여돌여덕 남돌여덕도 있지만, 일반적인 얘기.)한국사회는 온갖 매체가 나서서 젊고 아름다운 아이돌의 성적 매력을 찬양하고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동시에 공공연히 개인의 성욕을 추구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굉장히 모순적인 사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은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팬들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고 팬들은 그 매력을 소비하면서도 아이돌에 대한 자신의 ‘성적 욕망’을 부정하곤 한다. 특히 '여성이 젊고 잘생긴 남성을 선택하여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룸살롱 가는 남자는 업무살 어쩔 수 없지~ 호빠 가는 여자는 XX~ 여자들 중에도 이런 생각 갖고있는 사람들 아직 많음.)

 ‘아니, 나의 최애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성욕이라뇻! 저는 유사연애도 안 먹는다구욧!’ 이라고 발끈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인간의 삼대 욕구에 들어가는 성욕인데 말이죠. 이걸 또 길게 설명하기엔 글이 너무 삼천포로 빠지므로… 누나/(삼촌)이야 해치지 않아~”.”가슴으로 낳고 통장으로 키운 내 새끼.” 등의 워딩이 아이돌에 대한 성애적 욕망을 감추고 순화하여 본인(팬)이 안전무해한 존재임을 알리며, 소비자로서 경제적 능력만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만 남기겠습니다.

(구,제국의 아이들 광희. 광희 재평가 웃기긴한데 내가 보고 겪은 광희는 참 좋은 사람.)

2.안전 욕구

생리 욕구가 충족되고서 나타나는 욕구로서 위험, 위협, 박탈(剝奪)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 일단 아이돌의 성적 매력에 의해 본능적 끌림을 느낀 팬은, 본격적인 입덕에 앞서 이 오빠가 정말 안전한 ‘오빠’ 인지 확인 하고 싶어 한다. 과거 행적에는 문제가 없는지 도덕적,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논란은 없는지, 혹시 연애 중인 것은 아닌지. 빠순이가 팬질을 하면서 느끼는 위험, 위협, 박탈에는 다양한 것이 있는데 소소하게는(?) 오빠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것, 나의 환상이 깨져버리는 것 등이 있고 그중 가장 큰 것은오빠가 사라지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연예계를 아예 은퇴해서 (혹은 잡혀가서ㅋㅋㅋ) 내 눈앞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제일 두려움. 이러한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서 잘생기고 매력 있지만 좀 쎄하고 위험한 오빠를 거르고(가 쉽게 안 되지만…) 인성 괜찮고 과거/사생활도 깔끔한 오빠를 좋아하려고 한다.

여기서 오빠가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빠순이는 탈덕을 한다. (오빠의 행동에서 쎄함을 느끼고 팬심의 붕괴위험을 감지하여 즉시 탈출.) 그러나, 인간의 자연스러운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오빠를 당장에 손절하지 못하고 계속 빨고 앉아있으려고 하다보면? 당연히 본인의 마음이 괴로워진다. 내 마음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서 불안과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더 높은 단계를 욕망할 수 없고,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밑바닥에 남아있으면서 영원히 만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빠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거나 열애설 등으로 팬을 불안하게 할 때, 이를 비난하거나 탈덕하는 팬들은 때때로 다른 팬으로부터 '진정한 팬이 아니다.' '팬이라면 오빠를 믿고 지지해야 한다.' 등 공격을 받기도 한다. 위험을 감지하고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인 행동인데, 팬들은 오빠를 배신한 것, 오빠를 믿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위험한 오빠' 임을 미리 인지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시청광장에서 열린 아미피디아 행사. 오빠 없는 오빠덕질이 가능한 <아미>들.)

3.애정·소속 욕구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 하는 욕구이다.

: 우리는 자기 주변의 사회구성원들과 동일한 사상, 윤리 등을 공유하며 연대감을 느끼고 공동체를 구성하며 그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 받고 싶어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인 것이다.

빠순이가 소속감을 느끼고 같순이(=같은 오빠를 사랑하는 빠순이)동지들과 연대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유도 똑같다. ‘팬덤’ 이라는 이름의 집단 안에서 '오빠' 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고 그 애정의 가치를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팬덤 공동체는 철저하게 집단주의적, 폐쇄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팬덤 내의 자체윤리를 통해 불순분자(잡덕, 까빠 등)를 처단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타 집단과 충돌하는 일도 피하지 않는다. (팬덤 상징색 싸움뿐만 아니라 요새는 상징 이모티콘, 상징 동물 등... 지켜야하고 다투어야 할 거리가 너무 많다.)

‘빠순이’가 사회적으로 멸시당하는 존재라는 인식과 빠순이 본인의 정체성이 불안하다는 사실(내가 사랑하는 아이돌의 존재 자체가 허상/환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팬덤 집단의 유대감을 더욱 강하게 하고 폐쇄적으로 만든다. 팬덤 내 구성원끼리 똘똘 뭉쳐서 그 안에서 오빠를 끊임없이 사랑해야만 내가 가진 오빠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고 유지되며, 나의 감정 또한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으면서 빠순이는 비로소 안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데뷔 10주년기념 해외 저소득층 아동 물품 지원)

4.존경·존중 욕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기초가 되는 욕구이다. 자아존중과 자신감, 성취, 존중 등에 관한 욕구가 여기에 속한다.

: 소속의 욕구가 어느 정도 만족 되면 이제 빠순이는 팬덤 공동체 내에서, 혹은 밖에서 단순한 구성원 그 이상이 되길 원한다. 팬덤 내에서 일명 존잘님’(팬픽, 팬아트 등)들은 같순이 동지들 사이에서 존경받는 존재이다. 꼭 창작품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야만 하는 건아니고 공연을 자주 가거나(올콘, X회차 관극 등) 시디를 많이 사는 것을 인증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훌륭한 팬/ 진정성 있는 팬’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팬덤 밖에서는 타 팬덤들과의 우열을 가리며우리 오빠의 우수함을 대외적으로 알리려 하고, ‘모범적인 팬덤의 이미지를 선전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밤새 스밍을 돌리고 시디를 n백장씩 사며 내 아이돌을 1위 가수로 만들고자 하는 행동이나 팬들이 아이돌의 생일을 기념하며 모금 활동을 통해 기부하는 행동들도 이러한 욕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빠가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고 타인에게 존중/존경 받는 게 곧 팬들의 욕구충족이 되기 때문이다. 팬질은 깊게 할수록 빠순이는 아이돌에 자기 동일시/ 자아 의탁 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단계에서 욕구는 빠순이 본인이 존중/존경 받고자 하는 욕구보다는 ‘오빠’가 존중/존경 받는 데에 대한 욕구에 가까워진다. 

(UN에서 연설한 방탄소년단. 자아실현이 쉽나요, BTS에 자아의탁하면서 만족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5.자아실현 욕구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성장 욕구라고 하기도 한다.

: 뭐 ㅋㅋㅋ 빠순이 개인이 이 단계까지는 오기 힘들지 않을까. 빠순질하면서 얻은 스킬로 더 큰 발전을 도모하고 성공하고자 하면 자아실현 욕구인가?ㅋㅋㅋ 아이돌로 호모 팬픽 쓰다가 진짜 BL판 가서 돈 버는 글 쓰는 프로작가 되는 사람도 있고, 아이돌 찍덕 하다가 사진 쪽으로 밥벌이하게 된다거나

그런데 사실, 이미 전 단계의 욕구에서 ‘빠순이의 욕구충족= 오빠의 욕구충족’ 공식이 성립되었음. 당연히 자아실현의 욕구도 빠순이 본인의 자아실현 보다는 오빠의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빠의 행복은 곧 빠순이의 행복에 직결되는 것임. 팬들은 ‘오빠가 하고 싶은 걸 하길 바란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말에는 그야말로 '오빠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길 바라는 순정'도 담겨있지만, 그 이면에는 '나의 최애가 아이돌에서 그치지 않고 뮤지션, 연기자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 본인의 능력을 펼치며 더 성장하길 바라며 아이돌 덕후들뿐만 아니라 머글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영향력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 초월의 욕구>를 다음 단계에 추가하기도 했는데, 이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한 후에 나타나는 욕구로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 타인과 세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한다.

이 단계의 욕구까지 충족시켜주는 아이돌이 방탄소년단이라는 것은 다들 아시겠죠. UN 연설, 문화훈장 수여, 선한 영향력 발언, 아미피디아 행사 등근래의 행보에 대해 의아해하는 팬들도 많다. (너무 멀리 간 오빠들에 현타 오는 아미들) 하지만 그들의 발언의 진정성이나 빅히트의 기획력에 대한 평가는 둘째 치더라도, BTS가 너무나 착실히 단계를 밟아가며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문제는 빠순이가 이렇게 보편적 이론까지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단계를 밟고 있는데도 스스로를 자체 검열하는 상황, 타인으로부터 비난 받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라이트 얼빠, 유사연애 망상러, 몸매타령만 하는 성희롱충 등으로 팬심을 비하당하거나(생리욕구) 과거가 뭐가 중요하냐, 사생활은 사생활이지, 진정한 팬이라면 연애를 응원해야 한다 등의 강요를 받는 것(안전욕구). 같은 공연을 몇 번이나 보고 같은 시디를 몇 박스나 산 진성 빠순이임을 들키기 싫어서 일코를 하기도 하고, 같은 팬인데도 공개적으로 빠순이임을 공표하는 이들을 보며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소속욕구, 존경/존중 욕구) 오빠가 잘난거지 니가 잘났냐?(자아실현 욕구)라는 말이 빠순이들 사이에서도 종종 오가기도 하는데 ㅋㅋㅋ 최근엔 페미니즘을 표방하며 '한남돌 빨아주며 그들에게 권력 부여하는 흉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 아, 우리끼린 좀 그러지 맙시다. 병크치는 아이돌 새끼들을 욕하고, 기획력 똥망에 일 못하는 소속사를 욕하면 욕했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 나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해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에 이르기 까지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한 명분을 찾는다. 끊임 없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핑계를 댄다. 이렇게 본인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하고 주변 눈치를 보고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 욕망이 진실한 것 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욕구가 정말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돌 팬들이 욕망을 추구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다내 욕망에 충실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팬질을 했으면 좋겠다. 

라이트얼빠를 배척할 권리, 유사연애충을 저격할 권리, 아미피디아에 참여한 아미를 욕할 권리, 성적충 국뽕충을 조롱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빠순이의 욕구를 해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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