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SM 소속 아이돌에 대한 글은 웬만하면 쓰고 싶지가 않다. 왜냐하면 SM엔터테인먼트와 SM소속 아이돌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가진 슴부심 슴빠, 슴돌 좆문가, 슴뽕 가득 찬 리스너(ㅋㅋㅋ) 등 온갖 SM러버들이 몰려와서 자신들의 견해를 한껏 펼쳐가며 나를 알못이라며 신명나게 처패러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래도 SM엔터와 유영진을 빼고는 한국 아이돌 얘기, 나의 빠순질의 역사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없는게 사실이기 때문에언젠가는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아이돌판에 존재하는 각종 클리셰와 전통(ㅋㅋㅋ),악습 그런 것들이 거의 다 에셈과 에셈 아이돌에서 시작 된 것이기에.  카테고리의 제목이 [SM은 만악의 근원] 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태초에 유영진(50, 작곡가/작사가/프로듀서/SM이사) 이 있었다. 이 글은 음악과 엔터 산업에 대해서는 1도 모르지만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대중음악과 아이돌에 빠져 오직 티비에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오빠들만을 사랑해 온,변방의 일개 빠순이가 유영진씨와 유영진씨의 음악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입니다. 음악을 듣는 건 좋아하는데, 장르나 음악 용어에 대한 지식은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느낌적인 느낌으로 쓰는 글이다. 자꾸 시리즈로 글을 쓰겠다고 시작만 해놓고 글빨이 딸려서 완성을 못하고 있는 마당에 또 무슨 ①을 붙이냐 싶으시겠지만... 에스크에서 자꾸 동년배 할미님ㅋㅋ들하고 유영진 노래 추억팔이를 하다보니 항상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하던 제 안의 유영진뽕이 한계치를 넘어서 폭발해버렸읍니다.. 그냥 옛날 SM엔터 노래들 좋아했던 분들하고 같이 즐기고 싶어요. 

 히트 작곡가들 중에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거나 정식으로 음악을 배운, 처음부터 음악 한 길을 걸어 온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90년대 대중음악계를 주름 잡았던(ㅋㅋ) 주영훈은 연기자 출신이고, 용감한 형제는 고등학교 자퇴 후 룸살롱 웨이터를 하다가 독학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JYP 박진영(지질학과), 빅히트 방시혁(미학과), RBW 김도훈(토목공학과) , 수 많은 히트곡을 만든 현 엔터사 대표들도 전공은 전혀 음악과 상관 없음. 유영진은 방송국 무용단 출신이다. 클론의 강원래 구준엽이 현진영(당시 SM소속)의 백댄서로 활동하던 시절에, 친구 따라 SM 놀러갔다가 이수만 사장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춤을 추던 사람이라서 퍼포먼스에 특화된 노래들을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가 있으며, 직접 만든 곡의 일부 안무를 그가 직접 짜기도 한다. (쏘리쏘리, 링딩동 등..)

 유영진은 1993<그대의 향기>라는 R&B 곡으로 가수 데뷔 했으며 2<너의 착각>에서는 댄스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그러나 결국 히트가수가 되지는 못하고, 20013<지애>가 나오기 전까지는 SM소속 가수들의 작사작곡 및 프로듀싱 활동만을 주로 했다. 언론 매체들은 유영진을 표절 작곡가 + 양산형 아이돌곡이나 만드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한국의 매체들이 그를 다시 평가해준 것은 동방신기의 일본싱글 곡 <퍼플라인>이 오리콘차트 1위를 했을 때 였다.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곡들은 퍼플라인 이전까지 거의 일본 작곡가들의 곡이었고, 국내랑은 다르게 대중적 소프트팝 노선이었음.) 아무튼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한테 인정을 받아야 진짜배기 취급을 해준다니까요.

 유영진의 초반 R&B곡들은 너무나 보이즈투멘 스타일이다. (본인의 솔로앨범 곡들과 H.O.T. 1,2집 앨범에 실린 수록곡들) 뭐, 표절이라는 말도 많이 나왔었는데, 멜로디를 베껴서 쓴 건 아니고 곡 진행 스타일을 모방해서 만든 곡들이다. 요즘 분들은 보이즈투맨 모르실 것 같기도 하네요.. 90년대 초반~중반에 미국에서 잘 나가던 흑인 R&B그룹입니다. 빌보드 16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단일 앨범으로 1200만장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내한 공연도 꽤 했었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잘생기고 젊은 보이그룹(BSB나 엔싱크 등)에게 밀려나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그런 보이 그룹들도 음악적으로 보이즈투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유영진은 흑인음악을 듣고 감명받아서 음악을 시작한 사람이고, 당시에는 국내에 R&B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서태지와 아이들의<난 알아요>도 표절판정에서 사알짝 비켜간 모방곡이라고 생각함) 뭐 그래도 정말 표절이었으면 유영진씨가 보이즈투맨 내한공연 무대에 같이 서는 일이 가능했겠습니까. 물론 한국에서 90년대 초중반에 R&B를 처음으로 시작한 선구자급 가수들이 현진영, 솔리드, 유영진이라고 하는데 <이 밤의 끝을 잡고> 보다 <그대의 향기>가 2년이나 일찍 나왔다.

유영진<그대의 향기>가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커버하고 싶어하는 명곡이라는 데에는 반박이 거의 없을 것이다. 정작 유영진은 자기 노래의 리메이크 음원 발표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지만.ㅋㅋㅋ (나가수에서 김범수가 불렀던 것도 음원 못 나옴. 갠적으론 전~혀 원곡 느낌 못 살렸다고 생각함.ㅋㅋ) H.O.T.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2><우리들의 맹세-3> 사실 이 두 곡에서 90년대 유영진의 R&B 바이브 설명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The Way That You Like Me-4>에서 완성되어 버림. 섹소폰 소리 빠지면 그게 리듬앤블루스냐? 그쵸?ㅋㅋ 유영진표 R&B 보컬곡 좋아하는 분들은 꼭 들어보세요. 특히 점례랑 동년배 할미들은 이 노래를 듣는 순간, 1998년 그 해 여름 밤으로 바로 타임워프 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SM 메인보컬라인의 계보는 <강타-신혜성-환희-시아준수-예성-디오/>로 이어진다. 과거 SM은 유영진이 작사작곡하고 보컬트레이닝하고 프로듀싱하고, 녹음 디렉팅까지 했으니…(동방신기 때부터는 보컬트레이너가 따로 있었다고는 하지만. 더원 선생님 이라든가...) 소속가수 특히, 남자 보컬들은 유영진의 영향을 다이렉트로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울풀한 울림, 허스키+날카로운 고음, 바이브레이션이 화려한 기교 등이 특징. H.O.T. 1집 중<너는 FAST 나는 SLOW> 라는 곡을 들어보면, 강타는 말 할 것도 없고 SM 보컬라인, 일명 유영진 창범과는 거리가 먼 토니마저 유영진이랑 존똑인 창법을 구사한다.ㅋㅋㅋ 이 노래는 Salt-N-Pepa의 <Push It>라는 노래의 비트를 그대로 샘플링? 해다 붙인 곡인데, 촌빨 날리는 멜로디와 당시 고딩들이 불렀다고 하기엔 노골적인 가사들이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흔히 알고있는 유영진 노래 스타일 (SMP와 R&B로 대표되는)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본인 앨범에도 뉴잭스윙 댄스곡이 있고 초기 작품들에 흑인음악 기반의 가벼운 댄스곡들이 몇 개 있다. 개인적으로 H.O.T. 2집의 <열등감>도 너무 좋아하는 노래다. 신화의 <으쌰으쌰!> 도 유영진곡인걸요.ㅋㅋㅋ (유영진의 표절/샘플링 논란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유영진이 만든 노래들 중 최고의 마스터피스는 무엇일까요?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꼽겠지만, 유영진 노래 좀 들었다 (ㅋㅋ)하는 사람들 치고 S.E.S 노래 하나 쯤 넣지 않는 사람은 절대 없을 것이다. S.E.S의 기획 당시 벤치마킹 모델은 흑인 여성 트리오 TLC였다고 한다. 멤버 이름의 머리글자 하나씩 따와서 그룹이름을 짓는 방식부터 그대로 가져왔다. 데뷔곡 <I'm your girl>의 도입부 랩 가사 "We open up the new Chapter of funky New Jill Swing!" 에서부터 새로운 장르(뉴질스윙: 뉴잭스윙의 여자버전)로 걸그룹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가 느껴진다. <I'm your girl>을 역대 걸그룹 데뷔곡 중 최고로 꼽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임유어걸 다음의 임팩트는 MissA의 배드걸굿걸이 아닐지..ㅋㅋㅋ)

기본 비트는 힙합인데, 강하게만 느껴지지는 않고 소녀적인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발랄하고 상큼한 멜로디가 비트에 찰떡처럼 붙어있다. 곡의 전개, 코러스, 편곡 모든 것들이 간결하고 깔끔하다. 중간의 랩->바다의 브릿지 부분까지... 한국 걸그룹의 교과서적인 곡의 탄생이었다. (참고로 S.E.S 1집 마지막 트랙은 유영진 <그대의 향기> 리메이크 버젼입니다.) 당시에 일본에서는 SPEED 라는 오키나와 출신 4인조 걸그룹이 음반을 냈다하면 200만장 300만장씩을 팔아치우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한국에도 팬이 꽤 있었으며 그 유명한 커뮤니티 베스티즈가 바로 스피드 팬 커뮤니티로 시작한 사이트다 ㅋㅋㅋ (보아 등 일본진출한 한국가수들의 언급이 많아지면서, 그게 싫었던 J팝팬들이 대거 멀티레모니아로 옮겨갔고, 한국가수 언급금지+ 챠트에 있어도 생략해버리던 ㅋㅋㅋ 그 멀티레모니아가 지금의 더쿠가 되었습니다^.ㅠ) 스피드의 멤버 중 TLC의 광팬이 있었고, 당시 유행하던 유로비트 장르로 데뷔하려고 했던 걸 멤버들이 반대하며 힙합 알앤비 기반의 음악을 하는 그룹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K팝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대단하지만, 90년대는 J팝이 엄청 잘나가는 시대였고 일본의 음악시장은 미국-유럽 등 세계의 대세와 직결되었다. S.E.S가 등장하며 인기를 끌 때, 스피드를 따라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왔던게 100% 우연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한국의 스피드를 직접적으로 표방한 걸그룹들도 꽤 있었다.)

유영진이 한참 세상에 대한 분노를 SMP에 녹여내고 있던 세기 말~2000년대 초반, 동시에 발표한 R&B기반 곡들 중에는 지금도 해당 가수의 팬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다. S.E.S 2집 <SHY BOY>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강렬한 신디사이저 반주에 그루비한 리듬. 몽환적인 멜로디가 특징. 도입부에 유영진의 나레이션이 들어가서(ㅋㅋㅋ) 끈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집 타이틀곡 <Dreams come true>도 참 좋았고 신선했고, 이 후 SM이 국제적 A&R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에 첫 발걸음이 되었을 법한(?) 의미 있는 곡이지만(무려 1998년에 핀란드에서 가져온 곡..!!), 당시 꼬꼬마였던 나는<SHY BOY>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듣고 따라 불렀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곡들이 신화 1집 <천일유혼>, S.E.S 3집<Twilight Zone>, Fly to the Sky 1집 <Fly to the Sky>이다. 한 곡이라도 좋아하는 분이 계시면 분명 다 좋아하실 거에요. 

그리고 S.E.S 3집 <LOVE> 이 곡을 유영진 최고의 걸작으로 뽑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2집에서 유로팝 요정으로 살짝 노선을 바꿨던 S.E.S는 일본활동을 마치고 다시 유영진의 R&B로 돌아왔다. 무려 20년 전 노래인데 지금 들어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I'm your girl>과 같은 노선이긴 한데, 멜로디가 더 세련되고 성숙해진 느낌이다. 테크노와 유로비트가 주를 이루던 한국의 가요계에, <LOVE>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S.E.S 3집은 총 판매량 76만 장으로, 걸그룹 음판 최고기록을 아직도 지키고있다. 정말 명반입니다.

1999년은 세기 말이라는 불안감과 뉴 밀레니엄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SM이 1999년에 내놓은 음반들은 꽤 실험적인 시도를 했었는데, H.O.T. 4집과 S.E.S 3집이 마치 셋트 처럼 구성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노래와 노래사이에 Talk 트랙이 있어서, (멤버들 간의 대화, 곡 내용을 시사하는 뉴스음성, 상황극, 시 낭송 등...) CD트랙이 20개가 넘는다. 

여담이지만, S.E.S가 일본에서 활동할 당시, 신화의 <T.O.P>를 리메이크 한 곡으로 싱글발매를 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S.E.S는 일본활동 당시 스카이 코포레이션이라는 연예기획사 소속이었는데 스카이는 가수 전문 회사가 아니라 모델, 예능인, 배우 등이 소속되어 있고 외국적 연예인의 매니지먼트에 특화되어있는 회사였다. (강수지, 비비안수, 리아디존 등) 소니뮤직, 스피드의 프로듀서 등에게서도 오퍼가 왔지만 이수만이 스카이와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바로 남소영씨 때문이었다고 한다. 남소영씨는 지금의 SM JAPAN 대표이사. SM엔터 공동대표. 그 분이 맞습니다.

기력이 딸려서 일단 90년대 까지만 쓰고 마칩니다. 또 다른 얘기가 생각나면 덧붙이기도 하고 이어쓰기도 하고 그럴게요. 왜 아직 SMP가 안 나오냐고요? SMP는 따로 나노단위로 파야되니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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