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니 지금 화장실로ㅋ]
[ㅇㅋ]

못생긴 힙찔이들이 뭔 알 수 없는 상을 받고 알 수 없는 무대를 하는 사이 지인과 화장실에서 만났다.

힙합한답시고 폼잡는 한국래퍼들 너무 싫다. 특히 어설프게 아이돌래퍼 디스하고 여자 욕하는 새끼들 너무너무 싫다. 지들도 아이돌로 데뷔시켜 주면 감사하다고 백번 절했을거고, 여자팬들한테 맨날 고맙다 사랑한다 했을거면서... 세상에 불만 있는 척 가오잡는거 완전 재수 없으니까.

 이목구비가 워낙 자유분방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아이돌은 꿈도 못꿨거나, 걔들이랑 같이 준비하다가 춤 뚝딱이고 인성 문제있어서 짤린 주제에...
아이돌 욕하지마라 여자팬들 꼬셔서 돈벌지언정 니들보다 열심히 사니까ㅡㅡ!

오늘 시상식은 입장 시 소지품 검사가 특히 빡세다는 정보가 돌았다. 외국 스케줄 가면 짜증나는게 꼭 한국사람만 검사를 더 심하게 한다는 거다. ㅡㅡ
이거 혹시 소속사에서 홈마 블랙리스트 이런거 공유하는건 아니겠지? ㅠ 설마설마 하다가도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때는 한남이네 회사에서 내 얼굴 사진을 어디까지 뿌린건지 알고싶어지기도 한다.

백팩 아래 쪽에 검정색 판지를 대서 숨겨진 공간을 만들었다. 가방 안에 들은 물건을 다 꺼내도, 판을 대어 바닥을 올려놓은 거라서 그 아래 있는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다. 렌즈까지 넣기엔 공간이 좀 부족해서 백통(망원렌즈)이랑 모노포드(일명 일각대)는 지인에게 맡겼다.

이렇게 카메라 바디와 렌즈통을 따로따로 들고 들어와서 안에서 합체시키는거다. 귀찮긴 하지만 입장하면서 카메라를 뺏겨버리는 어이없는 황당사건보다는 훨씬 낫다.

물론 영상을 찍어야하는 캠은 따로 다른 셔틀수니에게 미리 패스해두었다. 오늘 우리 애들이 서는 무대는 총 3개. 같은 소속사 걸그룹이랑 하는 선배가수 커버무대, 한남즈 본무대, 그리고 제일 기다려지는 우리 한남이가 다른 그룹애들이랑 콜라보하는 댄스무대!

티켓도 3장있겠다 한 무대씩 찍다가 뽑혀나갈 각오로 찍는다! 물론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는 충분히 챙겨두었다.
검은색 타이즈로 돌돌 감아서 숨겨놨던 아빠백통을 바디에 끼우고 검정색 후드집업에 다시 숨긴다. 긴 렌즈통을 후드점퍼 소매에다 넣고 손 나오는 부분에다 렌즈를 빼면 완벽하다. 손에 옷을 구겨 들고 있는 척이 가능하기 때문에 멀리서 발견하기는 힘들다.

[리빙포인트] 양파링 봉지에는 백사투가 들어간다! (백사투:캐논 100-400mm 망원렌즈)



2.

"나오세요. 거기 카메라!"

못들은 척 하고 셔터를 몇 번 더 눌렀다.
다행히 무대가 거의 끝난 시점이어서 안심했다.

"빨리 나오세요!"

이렇게 빡시게 고나리를 하는 공연에서는 카메라를 다 검사하고 메모리 삭제까지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티켓에 표시를 해서 재입장도 못하게 해버린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메모리카드를 사수해야한다. 어느새 가까이로 다가온 시큐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인다.

"사진 찍으신거 다봤어요. 나오세요."
"아 잠깐만요! 뭐 떨어뜨렸어요!"

의자 아래 바닥에 뭘 떨어뜨린 척 하면서 쪼그리고 앉아서 메모리카드를 얼른 분리했다. 그리고 속옷 속에 쏙~
몸수색(?)을 당할 때도 있기  때문에  아무데나 넣어놓고는 안심할 수 없다.

"카메라 켜보세요."

이렇게 검사당할 때를 대비해서 카메라 본체 메모리에 저장되게 다른 가수 사진 몇 장을 찍어둔다. 구도랑 줌 같은거 미리 확인도 할 겸 겸사겸사 ^^
걸렸을 때 아예 사진이 없으면 메모리카드 뺀 게 너무 티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 지우세요. 메모리 삭제하세요."

난  시큐의 눈앞에서 타가수 무대사진 몇 장 찍어놨던 걸 다 지우고 당당하게 공연장을 나섰다.


-
"찍지말라고. 내리라고 카메라!"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는 몰랐다. 갑자기 렌즈를 가리는 까만 인영...!
그리고 카메라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힘없이 내려갔다.

 이번 무대는 우리 한남이가 다른돌멤들과 콜라보로 메인댄서들끼리 무대를 꾸미는거라 더욱 중요했다. 그래서 사진은 다른 분에게 맡기고 나는 캠찍는데에 올인하고 있었는데. ㅜㅜㅜ 한남즈 무대할 땐 항상 댄브때만 잠깐 나오고 수납신세인 우리 한남이기에..

"카메라들고 나와! 빨리!"
"안찍어요~"
"아까 찍는거 다봤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아..진짜.."

바로 앞에서 걸려버려서 도망칠 방법이 없다. 결국 손 쓸 방법도 없이 메모리를 삭제당했다.ㅜㅜ

티켓이 한 장 더 남아있어서 재입장을 하긴 했지만 이미 한남이의 무대는 끝 난 뒤였다. 그 후에도 상을 받으러 나오거나 자리에서 간간히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한남이었지만...  크게 현타를 맞은 나에겐 카메라를 들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까 얼핏 열어본 그 홈마(마블로 추정되는 단발녀.. ) 의 계정엔 아까 한남이의 댄스무대를 찍은 영상이 벌써 짧은 움짤로 올라와있었으니까...


(To be continued...)

우진영 (프로듀스101, 믹스나인 출연)홈마님의 눈물어린 몰찍@믹스나인 / 양현석 (데뷔인질극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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