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만난 다람쥐들은 경계심이 강해서 좀처럼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햇빛이 잘 쬐는 밝은 곳까지 나오지도 않고 계속 그늘에 있어서 사진도 별로..ㅠㅠ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유선이 엄청 발달되어 있는 것이.. 임신을 했거나 막 새끼를 낳은 다람쥐였던 것 같다.
그래서 유독 사람을 많이 경계했던 걸까.

야무지게 아몬드를 쥐고 먹기. 얘 덩치가 상당했다.

 

나무 위로 올라가서 한가롭게 갉갉

 

 

얘는 아몬드를 던져줘도 잘 못 찾더라고...
그늘이라서 색감이 별로다.
꼬리털이 너무 탐스러워 ><


 사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일회용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의무화되어있지 않으며, 내가 살고 있는 뉴욕시는 대형슈퍼나 레스토랑 등 상업시설에서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올해 들어와서 드디어 의무화했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는 분리수거를 할 필요가 없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도 의무가 아니고 권고사항이다. 한국/일본에서 쓰던 쓰레기 전용봉투? 그런 건 없다 ㅎㅎ 우리 아파트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빌딩이라서, 관리인들이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긴 하지만 사실... 커다란 봉투에 모든 쓰레기를 다 집어넣고 버려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이며(자본주의 끝판왕 ㅋㅋ)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소득 감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 그리고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문제 환기로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덕분에 그나마... 사람들 사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몬드를 주려고 쫓아가는 와중에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를 들고 나무 위로 올라가버린 다람쥐...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멈추고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뉴욕시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자주 가는 우리집 근처 스타벅스에서는 아주 당연하게도 플라스틱 빨대를 준다. 한국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 사용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고 들었고, 얼마 전에 방문했던 미국 주변 국가의 스타벅스에서도 종이 빨대가 나왔는데...??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Deli (Delicatessen에서 유래. 뷔페식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파운드당 요금으로 판매하거나, 간단한 샌드위치나 스무디 등을 주문받아서 바로 조리해주는 간이식당?)에서 음식을 사면 일회용 용기에 담아주고(혹은 직접 담고) 플라스틱 포크, 스푼, 냅킨 등, 그리고 일회용 포장의 케첩, 마요네즈, 소금, 후추 등의 소스/조미료류도 다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놓여있다. Seamless나 uber eats (미국의 요기요/배달의 민족?ㅋㅋㅋ) 등을 이용해서 집에서 편리하게 밥을 배달시켜 먹으면?  음식은 당연히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에 담겨오고, 겹겹이 종이+비닐포장이 되어 있으며, 지나치게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포크, 스푼, 냅킨들이 함께 온다. (가끔 그냥 손에 집히는 대로 넣었나 싶을 만큼의 수많은 케첩, 소스 등도...ㅋㅋㅋ) 

 

  포크 맛있니.. ^.ㅠ ????

 

 솔직히 정말 편하다. 밥 먹고 나서 남은 음식, 사용한 플라스틱 포크, 사용한 냅킨, 다 마신 음료수병 할 것 없이 죄다 비닐봉지에 넣고 싹 묶어서 쓰레기통에 골인~ 하면 끝이니까. 물론 분해되는 플라스틱, 폐지를 재활용해서 만든 친환경소재 등으로 만든 일회용품도 많다. 근데 또 그 제품들을 포장해 놓는 비닐이 있다는 거. 미국 애들은 위생관념이 없는 것 같으면서 또 식기 같은걸 씻어서 불특정 다수랑 같이 쓰는 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용 포크는 그냥 매장에 덮개도 없이 쌓여있는 걸 가져다 쓰는 건데 그건 안 더럽다고 생각하면서 ㅋㅋㅋ

 전에 캐리비안해의 리조트지에 놀러 갔더니, 미국인과 캐나다인이 딱 구분되는 게 있었다. 바에서 술 주문해서 마실 때 텀블러 가지고 와서 내놓는 사람은 거의 캐나다 사람이었음. ㅋㅋㅋ (뭐, 표본은 몇 명 없지만 텀블러 가진 사람들하고 얘기해본 결과 100% 캐내디언이었다.) 

 

와... 포크 갉아먹는 치아 파워가 보통 아니더라...

 

 아무튼.. 이 날 다람쥐가 플라스틱 포크를 갉아먹는 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솔직히 나는 평소에 환경보호에 대해 엄청나게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남들 쓰는 만큼 평범하게, 그리고 안일하게 일회용품을 소비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최소한의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하고 있지만 가끔 귀찮을 때는 작은 페트병 하나 정도는 쓰레기봉투에 휙 넣고 모른 척할 때도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란 말이다. 인간은 우리의 편의를 위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배려하는 것을 잊을 때가 너무 많다. 

 스타벅스에는 개인용 텀블러를 꼭 가지고 가자. 외출할 때는 휴대용 병에 물을 챙겨서 나가는 센스, 집에서는 플라스틱 빨대나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는 것, 불필요한 냅킨 사용보다는 손수건을 사용하고, 남은 음식을 저장할 때는 비닐팩보다는 밀폐용기를 사용하기.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센트럴파크에는 오리도 있어요.

 

 

얘네도 아몬드 잘 먹더라... 근데 너무 위협적으로 다가옴 ^.ㅠ....
얘가 귀여워보여도 직접 보면 덩치가 엄청 큼 ㅠㅠ

 

아이돌 뻘글 쓰는 블로그에서 갑자기 웬 ㅋㅋ 친환경 타령이며, 환경보호 염불이냐 싶으시겠지만...

이 블로그는 그냥 제가 쓰고싶은 글 쓰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가끔 이렇게 당황스러운(!) 글들이 등장해도 잘못 접속한 거 아니야? 하고 놀라지 마세요. 

 

민들레 홀씨. 하나가 날아가려고 폼 잡고 있네?
어디에나 피어나는 노랑 민들레처럼 강하게.

 

날씨가 갑자기 많이 더워졌네요. 꾸준히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 답글을 일일히 달지는 못하지만, 달아주신 덧글들 소중하게 다 읽어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